정 해 진 JEONG HAE JIN

<작품 설명>

 

호랑이는 예로부터 용맹하고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고,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호피 무늬는 무인의 강인함을 대변하거나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기능을 했다. 정해진 작가는 이러한 호피의 이중적인 특성을 작품에 담아낸다. 연약하고 매끄러운 대상에 호피 무늬를 입혀 시각적인 이질감을 표현하고, 꽃으로, 몸으로, 사과로, 나무로 종을 넘나드는 이식을 통해 호피가 가진 상징성에 변주를 준다. 또한 작가는 그림 앞면에 물감으로 털을 한올 한올 심어 묘한 입체감을 구현하고, 천연물감인 석채 또는 분채를 비단 앞뒤로 두껍게 쌓아 올리는 진채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에 깊이와 무게감을 더한다.

 

정해진 작가는 이렇듯 한국화의 민화기법과 불화기법을 연구하고 계승하고 있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언어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과 모색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전통 채색화의 기법은 섬세하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려 나가는 순서와 절차를 단계별로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밟아야 하는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것은 마치 기도문을 읽어나가는 몰입의 과정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사과’라고 하는 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과일, 최근에는 ‘애플’이라는 상징성에 호피문양을 입혔다. 호피 문양은 전통 인물화에서 무인의 강인함과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작가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