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YUN HEE  ㅣ  (04390) 168-16, Noksapyeong-daero, Yongsan-gu, Seoul, Korea

T.+82(0)2 501 2486  |  M.+82(0)10 3223 5102  |  E. sophia@choiceart.company  |  www.choiceart.company

copyright © 2015 All rights reserved by CHOICE ART COMPANY

​김 성 호 Kim Sung Ho

김성호 작가 평론

김성호의 볼륨 타워 - 그의 리얼리즘은 어떤 태도를 요하는가?

이대형 LEE Daehyung

(Hzone대표, 현대자동차아트디렉터, 2017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감독)

클로즈업은 디테일을 드러내지만 화면 밖의 대상을 결과적으로 감춰버리는 우를 범한다. 화면 속 대상의 촉감, 색상, 형태 등 물리적인 속성은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그로 인해 장소, 시간, 규모 등 맥락적인 속성은 프레임 밖으로 밀려나 실체가 왜곡될 수 있다. 실루엣이 잘려나가고 몸통만 확대되어 묘사된 대상은 선명하게 눈앞에 형태를 드러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실체의 전후 관계를 감추는 일종의 트릭과도 같다. 맥락은 사라지고 거대하게 확대된 물리적 속성과 대면한 관객은 추측과 경험에 의존해 잘려나간 프레임 밖의 문맥을 상상해 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맥락을 지워버린 클로즈업은 더 이상 논리적인 일상이 아닌 상징으로 기능하게 된다. 미술서적을 쌓아 올려 화면을 과장되게 가득 채우고 있는 김성호의 최근 작업 <볼륨 타워>시리즈 역시 맥락을 지워버린 클로즈업으로 시작한다. 그의 이 같은 의도적인 과장과 잘라내기가 어떤 상징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리지오 카텔란 (Maurizio Cattelan)의 1999년작 'la nona ora'는 단순히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개념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전략이 돋보인 작품이다. 현실을 똑같이 묘사하는 기법적인 완성도를 의미했던 리얼리즘의 전통적인 정의가 현대미술로 오면서 얼마만큼 숨겨진 현실을 잘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로 그 의미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현실을 시각적으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수단인 리얼리즘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아이러니와 풍자가 되어 제도화된 시각예술의 가치 시스템을 공격하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표현방법이 된다. 김성호의 작품에서 제일 먼저 들어오는 이미지는 수북이 쌓인 미술관련 책들이다. 서양 거장들의 화집, 미술사 원서들, 영문 제목과 한문 제목, 표지마저 양장인 두꺼운 미술사책까지 전부 미술관련 책들을 쌓아 올렸다. 그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화면을 가득 채웠다. 쏟아져 내릴듯한 화면은 위압적이다. 

김성호가 미술관련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더욱 명백해진다. 그가 그린 책들은 철저하게 제목만 노출할 뿐 그 안의 내용은 노출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김성호의 작품은 일종의 파라독스 위에 쌓아 올린 탑을 연상시킨다. 균형을 잡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과장되게 부피를 키우고, 쓰러질 공간까지 화면에서 지워버릴 만큼 가득 쌓아 올린 젠가(jenga)탑 말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가 만들어낸 파라독스는 두 가지 사회현상 위에 기생할 수 밖에 없다. 하나는 미술교육과 현실 사이의 모순 혹은 억압의 기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의 과장을 조장하는 현대 사회가 낳은 시각예술 가치 시스템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기 쉽지 않은 예측불가능성이다. 실제로 무엇이든지 부풀려서 표현해버리는 현대사회의 과장 강박증은 김성호 그림 속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책의 규모가 커질 수록, 탑의 높이가 높아질 수록 그것의 불안정성과 불편함은 더 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성호의 책 그림 속 책들은 단순히 책을 상징하는 형식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 감춰진 관객과의 교감, 가치체계를 아슬아슬하게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파라독스가 거대한 책이 만들어낸 탑으로 시각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조용한 회화작품처럼 보이지만 그의 그림이 만들어낸 도상학적 상징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점과 그것을 생산해내고 있는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컨트롤 하고 있는 외부의 힘(서양 미술사)과 내부의 힘(한국적 상황과 작가의 개인적 고뇌) 사이의 불균형을 비판한다. 그렇다고 그 자신이 속해 있는 미술계의 현대판 문화사대주의를 전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는 않는다. 또한 어떤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포지선도 거부한다. 어떤 직접적인 해결책을 작품 안에서 제시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처럼 그의 그림은 이야기를 쉽게 노출하지 않는다.  작가는 관객들이 그의 그림을 바라보되, 결코 그의 그림에 지배되지 않고, 그가 만들어낸 그림 속 세계와 소통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방법을 선택한다. 재현과 상징, 현실과 픽션 사이를 부유할 수 있는 경험은 직접적인 시각언어로 얻을 수 없다는 작가의 고집이기도 하다. 

김성호는 형식적으로 하이퍼리얼리즘이란 방법론을 선택했다. 그러나 표면을 어떻게 처리해 일루전을 만들어 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그 일루전이 어떻게 물감이란 재료를 통해 매체적 속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트롱프뢰유(tromp l'oeil)의 시각적 환영이 아닌, 표면 위에 덧칠된 안료의 물성을 중요시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이미지와 물성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화면 구석까지도 눈에 들어오게 만들어 버리는 세밀한 디테일 묘사와, 부분이 전체로 또한 전체가 부분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화면구성만을 보고 그의 작품을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일루전으로 오독해서는 안된다. 일루전이 아닌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시점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표면을 관통해 표면 아래서부터 붓질이 밀도있게 축적되어온 시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표면 광채가 만들어내는 기교 어린 일루전이 아닌 그림의 뼈대에서 묻어나오는 형상을 읽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책, 책이란 대상이 놓인 문맥, 그리고 이들을 해석하는 관객이란 3자의 관계 속에서만이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라 쉽게 단정지어서도 안 된다. 맥락이 지워진 대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상징의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물리적 속성과 맥락적 속성의 연결고리가 화면 안에서 찾을 수 없게 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 만큼 해석의 폭이 넓어 졌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키덜트적인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성호의 전략이 힘을 발휘한다. 이는 작가가 역사를 감지하는 감각이 항상 현재 시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화면 지배력이다. 과거에서 출발한 결과물로서의 현재가 아닌, 현재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리적인, 사회적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가가 그에겐 중요하다. 현실을 얼마나 잘 그렸는가가 아닌 현실을 어떤 개념으로 해석하고 독창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현재가 역사보다 중요하다. 현재에 충실한 작가의 그림을 보며 역사를 읽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숙제로 남아 있어야 한다. 

 

Art critic

Kim Sung-ho’s Volume Tower – What attitude does his “realism” requires?

LEE Daehyung

 

Close-up shows details of an object, however, it eventually hides objects that are outside of a screen. Although it portrays physical features such as touch, color and shape in detail, contextual features such as location, time and size are ousted from the frame. Accordingly, the substance of an object can be distorted. The portrayed object whose silhouette was severed and main body was enlarged in the frame looks as if it clearly shows its shape. In fact, however, the technique is a kind of a trick which hides the context of a substance. Audience in front of the screen which contains enlarged physical features without context cannot help but imagining the severed and ousted context based on guess and their experience. Like this, the close-up technique hiding the context plays a role as a symbol, not logic. Kim Sung-ho’s latest work of art <Volume Tower> series in which stacked art books fill a screen start with the close-up technique without context. Maybe his intentional exaggeration and cutting techniques create a certain symbol.

'La nona ora', Maurizio Cattelan’s work of art in 1999, isn’t a work that simply portrays actualities realistically. It clearly shows the strategy how to conceptually show a critical view toward the actualities. The definition of realism has been transforming into a larger one: for modern art, the definition of realism is showing the hidden reality while the conventional definition was the degree of technical perfection for exactly portraying actualities. Realism, a mechanism for visually portraying actualities, can be transformed into irony and satire, attacking the institutionalized value system of visual art and expressing its limitations. The first thing the audience can see is piled art books. Those books are all related with art: art books of western great artists, original editions of art history, books with English and Chinese titles and thick art history book with hardcover. The tower of stacked books –filling the screen in full- cannot be guessed for its height. The tower looks as if it can be collapsed right now, showing daunting image to the audience.

The reason why Kim Sung-ho selected art books for his painting becomes clear by seeing the composition of the screen. The books in his work show their titles, not the contents. That may be why his work reminds the audience of a tower built on a kind of “paradox foundation”. Toe tower reminds the audience of Jenga in which the volume of a tower is enlarged so as to balance and not to collapse and the space for collapse is erased in the screen. Whether he intended it or not, the paradox he created has no choice but to rely on two social problems. The first problem is the contradiction between the art education and the reality and suppressing mechanism. The second one is the fact that we cannot predict to which direction the value system –which was created in the modern society that encourages the exaggeration of image-of visual art are headed. The obsessive-compulsive syndrome for exaggeration of modern society can be a key-word for finding out the hidden intention and meaning in his painting. The instability and uncomfortable nature become even more severe as the size of books gets bigger and the height of the tower gets longer.

Due to these facts, the books in his painting cannot be explained as formalism that simply symbolizes a book. The hidden communications with audience and paradox that slightly dismantles and reconstructs the value system have been visualized as a book tower. His work looks like a quiet and silent painting. However, the symbol of his painting actually criticizes the view toward modern art, the system that produces modern art, and the imbalance between the outer power (western art history) that controls the system and the inner power (the situation in Korea and artists’ agony). However, he isn’t overconfident that the modern cultural toadyism of the art circle to which he belongs can be toppled. Moreover, he denies any moral and ideological positions and does not show direct solutions in the painting. Just like him, his painting does not easily express its own story. The artist selected a way in which the audience looks at his painting but is not controlled by it, communicates with the world of his painting and creates its own story in the world. His principle is, experience which can floats between reproduction and symbol / reality and fiction cannot be obtained through direct visual language.

Kim Sung-ho chose Hyper-Realism for form. He considers how “illusion’s” quality as a medium does not be missed out through colors, not how to finish the surface for creating “illusion”. That is, he regards the nature of color on the surface as important, not the visual illusion of “Tromp l’oeil”. This can be possible because he can understand and control the complementary nature between image and the nature of an object. The audience should not misunderstand his painting as illusion which reminds of something simply by looking at the detailed portrayal through which even corners of the screen attract the audience and the composition of the screen in which a part can be looked like the whole and the whole can be looked like a part. The audience should understand that his painting actually joins in the method and view for looking at an object, not illusion. In the same context, the audience should be able to catch the time in which colors were densely painted over and over again. Accordingly, the audience should understand the shape in deep inside the painting, not the technical illusion of the brilliant surface.

While looking at his work, the audience should not easily concluded that the painting’s meaning is all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books, the context in which books are located and the audience who understands them. An object without context plays its role as an imaginary mechanism, not daily life any more. As the connection between physical nature and contextual nature became hidden in the screen, the story came to get more complicated. The range for interpretation got wider. The strategy of Kim Sung-ho, who expresses serious topics in a kidult style, works really well. This is thanks to his ability to control the screen: he always starts from the present when considering history. For him, how to respond to psychological and social situations in the present, not the present as outcome from the past, is important. For him in what way the reality is understood with which idea and how creative connection can be made, not how the reality is exactly portrayed, is essential. That’s why the present is more important than history. Understanding history while looking at the painting of an artist –always put the present ahead of other things- remains as the audience’s assig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