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주  Kim Hong Ju

회화의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해 온 작가로 평가받는 김홍주 작가는 꽃과 풍경 등을 주로 그린다. 그러나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을 그릴까'가 아닌 '어떻게 그릴까'의 문제다. 극세필을 이용해 캔버스의 결을 따라 아크릴 물감으로 수없이 붓질을 누적해 완성한 그림은 '붓으로 무엇인가를 그려나가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에서는 상하좌우가 큰 의미가 없다. 제목도 없다. 어떤 특정 제목을 붙이면 사람들이 제목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고 그림을 받아들이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작가의 의도마저도 그림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방해하거나 의미를 한정시킨다면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그림에서 자꾸 상징이나 의미를 읽으려고 하는데 그림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언어로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반대로 그림을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가 아닌 시각적 대상으로 볼 수도 있으며 그의 작품에는 어떤 이론이나 이념도 없으니까 그냥 편안하게 즐기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필 작업에서 오는 강박적인 것에 흥미를 느꼈죠. 묘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바탕에 어떤 물감을 어떻게 써야 일반적인 그림과 다를까 거기에 관심을 뒀죠. 산이나 꽃 같은 자연물을 그리는 것은 너무 기계적인 형태보다는 자연이 좋아서 택하는 것뿐이에요"

꽃 그림은 오랜 세월 부단히 ‘회화란 무엇인가’ 라고 반문해온 작가가 얻은 해답 같은 것이다.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온 작가는 종국에 이르러서는 가장 하찮다고 여겨지는 ‘꽃’이라는 소재로, 가장 얇은 붓과 체화된 손놀림으로, 가장 얇게 채색한다. 모든 요소를 다 제거하고, 회화의 근원적 요소인 그리는 행위로 말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작가 자신을 수련하고 다스려온 인고의 시간을 담고 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리고 시간으로 ‘그리기’ 라는 회화의 근원적 방식을 실천한다.